[이달의 블록체人]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이달의 블록체人]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이남석
  • 승인 2019.02.11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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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산업은 신(新) 금융 트렌드”

#지난 2009년 비트코인이 세상에 등장한 이후 암호화폐 산업은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 예측 불가능한 격동기를 겪고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탈중앙화 정신을 주창하며 개발한 비트코인을 두고 누군가는 현대 기술의 혁명적 산물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과거 ‘튤립 광풍’에 빗대어 희대의 거품이라고 주장한다. 방송에서는 비트코인이 과연 화폐인 지부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리할 수 없는지 등을 두고 격렬하게 토론한다. 어느새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블록체인은 등장과 함께 엄청난 화두로 떠오르면서 숱한 논쟁과 세기적 관심을 불러왔다. 

과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이 모든 논란을 뒤로하고 미래 사회의 변화를 이끌 주연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넥스트머니가 김형중 고려대학교 암호화폐 연구센터장(정보보호대학원 교수)를 만나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편집자주]

[넥스트머니 이남석기자] "비트코인이 비록 장난감으로 시작했다 할지라도 암호화폐 산업은 훗날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금융 트렌드가 될 겁니다."

김형중 교수는 암호화폐 산업은 단순 가격 측면이 아닌 금융의 신(新) 트렌드로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금융의 모든 중심에는 바로 '투자'가 있다고 말한다. 사일런트 세대(1928-1945)가 활발하게 경제활동했던 70-80년대 돈의 흐름은 '금' 시장으로 향했고, 베이비부머(46-64) 세대는 주식시장, X세대(65-80)는 헤지펀드로 이동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활발한 경제활동을 펼칠 밀레니얼 세대(81-00)의 주된 투자 분야는 암호화폐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태생부터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다른 세대보다 암호화폐 거래를 손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암호화폐를 투자의 관점보다 호기심으로 접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 밀레니얼 세대가 장차 사회 주류 세대가 된다면 암호화폐가 메인 화폐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는 안정적인 투자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이 암호화폐 시장의 육성에 한몫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존 전통 금융기관을 통한 투자는 무엇보다 '안정'이 생명이에요.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고 안정성이 높다 보니 당연 수익은 낮죠. 반면 젊은 세대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이유는 불안정하더라도 수익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2016년도에 리플이 약 6원 정도 했는데 지금은 약 300원에서 600원 사이 정도 하죠. 몇 년 사이에 백배 가까이 오르는 투자상품이 무엇이 있을까요. 평생 집 한 채 사기 힘든 밀레니얼 세대가 암호화폐와 같은 투자상품에 관심을 가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의 상용화가 더디다 보니 전반적으로 암호화폐의 상용화가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을 두고 거품론을 내세우는 이유다.

"현재 비트코인이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암호화폐 산업을 둘러보면 지금까지는 주로 사람들이 심장(암호화폐)만 만들었던 겁니다. 심장이 있다면 혈관도 있어야 피가 신체로 골고루 퍼지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셈이죠. 그렇다 보니 비트코인이 나와도 기대만큼의 확산이 어려웠던 거죠." 

그는 올해부터는 암호화폐의 상용화를 이끌어줄 혈관을 만드는 작업과 함께 각종 장기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만으로는 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기존 심장을 만들던 사람이 장기까지 만들 순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기존 사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혈액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심장과 장기를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상용화될 수 있습니다."
 

ICO는 선택의 문제, IPO에서 STO시대로 넘어갈 것

최근 몇 년간의 블록체인 산업을 이끌었던 주역으로는 단연 암호화폐공개(ICO)가 꼽힌다. 하지만 백서만으로 투자금을 모으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ICO의 문제점과 한계가 곳곳에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ICO를 마친 2076개 프로젝트 중에서 약 680개(32.8%)가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ICO가 급격히 추락한 원인으로 '규제'와 '인력 수급 부족'을 꼽는다. 

"대부분의 ICO를 살펴보면 사실상 증권의 형태로 진행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명확한 규제와 법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업들이 ICO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기업을 꾸려나가는데 확실한 방향을 잡기 어려웠을 겁니다." 

정부 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로 인해 ICO 프로젝트의 중단을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로는 베이시스(Basis) 프로젝트가 있다. ICO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고자 했던 베이시스 프로젝트에는 실리콘밸리 투자회사의 대표 격인 앤드리슨 호로위츠, 구글의 벤처투자 유닛 GV, 베인캐피털 벤처스 등 초대형 벤처캐피털이 투자에 참여했는데 유치받은 투자 금액만 약 1억 3,300만 달러(약 1,5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베이시스는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했음에도 불구, 높은 규제의 문턱으로 인해 결국 사업을 중단하고 남은 투자금도 전액 반환하기에 이르렀다. 

블록체인 산업은 타산업과 비교했을 때 짧은 기간에 이르러 빠른 확장을 보였다. 이에 반해 시장이 요구하는 폭발적인 수요를 뒷받침해줄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점도 ICO의 몰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자사의 백서를 현실로 구현시켜줄 만한 충분한 인프라와 인력을 갖추고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해당 프로젝트를 구현시켜 줄 블록체인 전문 개발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곳들도 많았죠.

"최근 들어 ICO가 이전과 같은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하자 시장은 기존 ICO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제도권과의 융합을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움직임을 찾고 있다. 대표적으로 증권화 토큰(STO:Security Token Offering)이 있다. 업계에서는 세계 각 정부 당국의 엄격한 심사와 명확한 규제를 토대로 향후 STO가 암호화폐 산업의 새로운 기준이 되리라는 전망을 한다. 김 교수도 STO가 지닌 잠재력을 두고 많은 부분 동의하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의 트렌드로 STO가 대세가 된다면 블록체인 스타트업에게 앞으로 ICO는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될 겁니다. STO는 증권법에 따라 적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변형된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로서 STO가 나오면 IPO 또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겁니다. STO의 확대로 인해 IPO와 ICO 시장의 변화의 큰 바람이 불 수도 있습니다."

김 교수는 STO가 블록체인 시장에 있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그만큼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STO의 확장으로 인해 향후 사회적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지난 2017년 미국에서 File coin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증권거래법 레귤레이션 D에 따라서 ICO를 진행했는데 이중 몇 가지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개인이 ICO에 투자하려면 집을 제외한 자신의 자산이 100만달러 이상이면 투자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즉 가난한 사람(개인투자자)들은 ICO에 투자하지 말고 부자들 너희 책임으로 투자하라는 뜻인데, STO가 확대된다면 이처럼 까다로운 투자 조건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기회가 제한되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지향적 태도 가지면 디지털 월스트리트 가능

김 교수는 한국의 블록체인 기술력이 선진국들과 비교해 분명 부족한 부분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럼에도 시장 열기와 대중의 관심도, IT 인프라 등 한국이 향후 암호화폐 시장을 선도할 '디지털 월스트리트'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과거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한국의 원화(KRW) 거래량이 37%를 차지한 때에도, 당시 블룸버그를 포함한 외신에서는 한국을 크립토 금융의 월스트리트로 표현하기도 했다. 다만 김 교수는 한국이 디지털 월스트리트로 성장하려면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아직까지는 정부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한국이 블록체인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깨야 합니다. 또한 현 보수적인 관료체제도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중앙정부에서 암호화폐 산업을 부정적으로 여기니 많은 부처들이 해당 산업을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현재 4차 산업혁명위원회 소속으로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와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등이 활동한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정부 기조가 조금씩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봅니다." 

김 교수는 과거 암호화폐는 하늘이 문재인 정부에게 준 선물이라는 발언을 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이를 두고 향후 한국이 반도체, 제조업 산업 성장 구조에서 탈피하고 블록체인 산업을 적극 받아들여 새로운 신 성장 산업을 개혁해야 한다는 차원에서의 발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수출은 반기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출 호황에도 상반기 수출과 1~5월 설비투자에서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 증가율과 설비투자 증가율은 각각 6.6%에서 0%, 4.8%에서 –1.4%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중심의 성장 구조를 두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미국과 영국 할 것 없이 세계 선진 강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융'시장을 장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향후 금융 트렌드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중심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죠. 이제는 한국도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금융 산업을 키워야 해요. 과거처럼 제조업에 매달려 국가 성장을 도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국 이후 제조업을 도맡아 성장할 국가는 중국이 될 것이고 그 이후에는 아프리카가 될 겁니다. 그러니 암호화폐는 하늘이 우리 정부에게 내려준 선물입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해요." 

어느덧 정년퇴임을 일 년여 남겨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여전히 블록체인 교육 활동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고 고백한다. 

"처음 블록체인 학과와 암호화폐 연구센터를 만들 때에도 내외부적으로 반대가 많았습니다. 정부가 부정적인데 굳이 이를 운영할 필요가 있냐는 거죠. 하지만 블록체인 산업처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시장은 무엇보다 창의적 교육 시스템이 필요해요. 최근 블록체인 전략 전문경영자 과정을 만든 이유도 그 때문이죠. 교수 은퇴 이후에도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블록체인 산업을 지켜보고 공부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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