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방치 아닌 규제 필요한 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방치 아닌 규제 필요한 때
  • 넥스트머니 콘텐츠팀
  • 승인 2018.12.1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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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 변호사] 

정재욱 변호사
정재욱 변호사

모호한 규제는 혼란을 야기
정부가 ICO 전면금지 방침을 발표한지도 벌써 1년이 훌쩍 지났고,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과 가상통화 실명제 시행 방침을 발표한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어 간다. 과연 이러한 정책이 투자자 보호, 사기 유사수신 등 관련 범죄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불합리한 규제만큼이나 모호한 규제, 불명확한 규제는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는데, 현재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ICO는 전면금지, 증권형 ICO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지?

일례로 ICO와 관련하여 정부는 전면 금지 방침만을 발표했을 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률상의 근거를 마련하지 않아 규제의 공백이 있는 상황이다. ICO를 한국에서 하면 안 되는 것인지, 한다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지 모호한 상황인 반면, 실제 한국인을 주요 타깃으로 한 ICO는 상당수 이루어졌다.

ICO 전면 금지 방침으로 인하여 혼란이 감소하기 보다는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고, 현재 이 순간에도 투자자 분쟁, 사기 유사수신 등 범죄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증권형 ICO에 대하여는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있으므로 법적 공백이 없다고도 볼 수 있으나, 자본시장법이 어디까지 적용된다는 것인지, 그리고 자본시장법상의 절차를 모두 준수하면 증권형 ICO가 허용된다는 것인지 등 여러 사항이 불분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증권형 ICO의 경우 자본시장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증권형 암호화폐가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해석되는 경우에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암호화폐가 증권으로서의 성질을 갖는다면 이를 공모할 때에는 당연히 자본시장법상의 증권공모규정을 따라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 다만 정부의 입장대로 증권형 암호화폐 발행에 대하여 자본시장법이 적용된다고 보면, 역으로 자본시장법이 정한 절차와 요건을 준수한다면 증권형 암호화폐도 합법적으로 발행될 수 있어야 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증권 공모에 대한 규제로서 새로이 증권을 발행하거나(모집), 이미 발행된 증권을 매매(매출)하는 경우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등을 통하여 해당 증권, 발행인 등에 대한 정보를 거래 상대방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과거 개별 증권의 발행과정을 모두 심사하여 해당 증권의 가치를 정부가 심사하는 규제 구조에서 벗어나, 발행자로 하여금 증권에 대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함으로써 투자자가 본인의 책임 하에 해당 증권의 가치를 판단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라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자금모집과정을 투명하게 하라’고 하는 것이 현행 자본시장법 증권공모규정의 취지이지, ‘정부가 개별 기업의 자금모집가부를 심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입장대로 증권형 암호화폐 발행에 대하여 자본시장법상의 증권공모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면, 자본시장법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그 과정을 ‘투명하게’ 한다면 이를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말로만 ICO를 금지하고 방치하는 것 보다 오히려 ICO를 진행할 때 준수하여야 할 절차나 기준을 제대로 알려주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보 제공을 하도록 하는 것이 사기, 유사수신, 다단계 등 피해를 줄이고 실질적 투자자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방치가 아닌 명확한 규제가 필요

현행 외국환거래법령 상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외국환업무(해외 송금 등)를 할 경우 형사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외국환거래법 제27조의2), 외국환업무의 경우 국가 경제, 국제 수지 균형, 통화가치 안정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자가 이러한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아무런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단지 암호화폐를 취급한다는 이유로 이러한 규정을 적용을 피해갈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외국환거래법령에 따라 등록을 받은 이후에는, 즉 라이선스를 받은 이후에는 해당 업체(소액해외송금업자)가 해외 송금의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법적 근거나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해외송금사업을 할 때 암호화폐를 활용하면 swift 망을 통하지 않고 중간 과정 등을 생략할 수 있으므로 그 비용과 시간이 획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창구 지도를 통하여 이를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일까. 

비금융회사라 할 수 있는 일반 스타트업, 벤처, 핀테크 기업들을 위하여 ‘소액해외송금업’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규제에 막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규제가 필요함에도 법령상 근거가 없어 제재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현재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하여는 거래소를 직접 규제하기 보다는 거래소와 거래를 하는 행을 간접 규제하다 보니 거래소가 자전거래를 하거나 내부자 거래를 하는 경우, 각종 시세 조종 세력들이 거래소에서 시세조종행위를 하는 경우 이를 쉽게 제재하거나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요컨대 규제의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걷어내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 무조건적으로 규제를 풀자는 것이 아니다. 분명, 피해자 발생이 우려되는 부분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제한을 통해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법률의 근거가 없는 부분까지 창구 지도 등을 통해 제한을 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만약 법령상의 근거가 없다면 우선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그 근거를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블록체인, 암호화폐 산업의 성장, 발전은 물론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도 방치가 아닌 적정하고 명확한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 필자 소개

(現) 법무법인(유한) 주원 파트너 변호사, IT / 블록체인 TF 팀장
서울지방변호사회 상임이사(제2법제이사)
대한변호사협회 블록체인 TF 간사
블록체인법학회 학술이사
ABF in Seoul, BKC 2018, 디센터 유니버시티, 블로터 아카데미 연사
(前) 법무법인 세종(SHIN & KIM)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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