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와 ICO 대한 정부정책, ‘금지가 아닌 규제’로 방향 재검토해야
암호화폐와 ICO 대한 정부정책, ‘금지가 아닌 규제’로 방향 재검토해야
  • 넥스트머니 콘텐츠팀
  • 승인 2018.10.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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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홍익희 | 세종대 대우교수 ]

ICO(암호화폐 공개)도 규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한 후 ‘금지가 아닌 규제’로 방향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스위스의 가이드라인이 참고할만 하다. 지난해 9월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위원회는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암호화폐공개(ICO)에 대해 자국의 금융시장 법규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설명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ICO와 가장 관련이 깊은 법률분야는 ‘자금세탁방지법’과 ‘증권규제’이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위원회는 토큰을 특성에 따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지불형(Payment) 토큰은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한 지불 수단 또는 가치를 이전하는데 사용되는 토큰이다. 지불형 토큰은 증권으로 취급되지는 않고 자금세탁방지법의 준수가 요구된다. 

기능형(Utility) 토큰은 블록체인기술 기반 인프라를 통해 애플리케이션 또는 서비스에 대한 디지털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토큰이다. 경제적 측면의 투자로서 기능하지 않는다면 기능형 토큰 역시 증권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또한 발행된 목적이 비금융 분야의 기술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접근 권한을 제공하는 경우라면 자금세탁방지법 규제대상에도 해당되지않는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투자의 기능을 수행한다면 증권으로 보고 증권규정이 적용된다.

자산형(Asset) 토큰은 발행자에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채무증권이나 지분증권과 같이 자산의 성격을 갖는 토큰이다. 경제적 기능으로 인해 주식, 채권 또는 파생상품과 유사하다. 자산형 토큰은 일반적으로 증권으로 간주되며 증권규정이 적용된다. 하나의 암호화폐가 이 가운데 두 개 이상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

그러면 법규도 거기에 상응해서 지켜야 한다. 이제는 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방식이 바뀌고 있다. 유망한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보유한 벤처기업이 IPO 대신 ICO로 자금을 먼저 조달받아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이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예전에는 창업하려면 조직을 먼저 구성하고 법인을 설립하여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인 후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단계를 거쳤다. 그런데 이제는 ICO를 통해 벤처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먼저 모은 후 제품을 개발하는 체제가 도래하고 있다.

지난해에 테조스(Tezos), 방코르(Bancor), 스테이터스(Status) 등 ICO를 통해 1억 달러 이상의 큰 금액의 펀딩을 모은 곳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렇듯 ICO가 급증하고 있다. 2015년에 4000만 달러에도 못 미쳤던 ICO 규모가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IC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이 37억 달러로 뉴욕 증시의 IPO 규모 356억 달러의 10분의 1을 넘어섰다. 증가세가 몹시 가파르다. 이제 ICO를 통한 자금조달이 금융제도권 안으로 성큼 들어오는 모양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과거 IT벤처 붐 시대처럼 자금만 조달받고 '먹튀'하는 사기성 기업들을 조심해야 한다. ICO 시장에 대한 세부적 규제가 필요한 이유이다. ICO를 잘 활용하면 벤처창업 붐을 다시 한 번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벤처기업뿐 아니라 ‘텔레그램’의 예에서 보았듯이 기존 기업들도 주식증자 대신 자체코인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현상도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은 ICO 형태의 공개판매를 하기 전에 투자기관들을 대상으로 사전판매(Presale)도 하기 시작했다. 2억 명의 사용자를 둔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은 사전판매만을 통해 무려 17억 달러를 모았다. 

텔레그램의 ICO는 기존 메신저 플랫폼에 블록체인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사의 ICO는 기존사업에 암호화폐를 더하는 ‘리버스 ICO’의 대표적 성공사례이다. 이제는 벤처기업 뿐아니라 기존 업체들도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텔레그램의성공은 카카오, 라인 등 다른 메신저 플랫폼에 영향을 주어 카카오도 암호화페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CO가 화폐 시스템의 변화는 물론 기업과 창업자들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도 해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기와 부실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막기보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 구상이 더 필요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대계 벤처창업자들이 투자받을 확률은 97%이다. 그런데 한국의 벤처창업자들이 투자받을 확률은 고작 1.5%다. ICO가 활발해지면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어 우리 기업과 창업자들에게 더 많은 폭넓은 기회를 줄 수 있다. 

>>필자는 서울고와 외대 스페인어과를 나와 1978년 KOTRA 입사했다. 이후 보고타, 상파울루, 마드리드무역관 근무를 거쳐, 경남무역관장, 뉴욕무역관부관장, 파나마무역관장, 멕시코무역관장, 경남무역관장, 마드리드무역관장, 밀라노무역관장을 역임하고 2010년 정년퇴직했다. 현재는 세종대학에서 ‘리더십’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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