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거래소가 벤처 제외 업종?
암호화폐거래소가 벤처 제외 업종?
  • 이남석
  • 승인 2018.10.10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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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의 명백한 직무유기

[넥스트머니 이남석기자] 186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은 조선보다 결코 돋보이지 않던 그저 시끄러운 이웃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전 세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양국은 ‘개방’과 ‘쇄국’이라는 상이한 선택을 하게 되고, 이후 너무나도 다른 근대기적 역사를 맞이한다. 

놀라운 것은 일본이 아시아 최초로 메이지 유신을 단행하며 근대적 개혁을 천명한 해는 1868년으로, 이는 1863년 집권한 흥선 대원군의 개혁보다 무려 5년이나 늦었다는 점이다. 어찌 되었든 격변의 시기에 일본의 개혁 세력은 기득권층의 저항을 끝내 이겨냈고, 조선의 개혁 세력은 기존 보수 세력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조선은 근대적 개혁에 실패했고 일본은 성공했다. 

이후 불행하게도 일본은 아시아의 패권을 넘어 세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고, 조선은 찬란했던 500년 왕조를 뒤로한 채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을 걷게 됐다. 고전적 사고에 사로잡힌 채 시대적 흐름을 외면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준 우리 역사의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를 둘러싸고 한 가지 불편한 소식이 들려왔는데 과거 조선의 역사가 스쳐갔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벤처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벤처기업 미포함 업종으로 분류하겠다는 입법 예고였다. 블록체인 산업을 활성화 시키는데 주요한 기능을 맡고 있는 '암호화폐거래소'를 하루아침에 일반 유흥 주점과 같이 대우한 것이다.

물론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만을 여부로 대한민국의 흥망성쇠를 논하기까지는 무리가 있다. 문제는 중기부의 이번 결정으로 향후 몇 십 년을 책임질 수 있는 중요 먹거리 시장인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을 가로 막을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수 없는데, 이 경우 소득세와 법인세, 취득세 감면에서부터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벤처투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실 정부의 기조에 따라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 육성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마저 몸 사리기에 나섰으니 중기부 홀로 이에 반하는 정책을 내놓기도 쉽지는 않았을 테다.

그럼에도 '중기부' 만큼은 제 목소리를 내야만 했다. 국내 벤처 산업의 기반을 다지고 이를 육성해 새로운 혁신을 이끄는 것이 중기부의 '소명'이자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국내 블록체인 시장을 향한 기대감은 가히 전 세계적이다. 이더리움 공동 창시자인 비탈릭부테린, 로저버 비트코인 닷컴 대표 등 블록체인 시장을 이끌어가는 굵직한 유명 인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한국을 가장 먼저 찾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외 블록체인 업체들이 자신들을 어필하기 위한 크고 작은 행사를 한국에서 열고 있다. 한국 블록체인 시장의 잠재력을 모두가 아는데 정작 우리 정부만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중기부의 발표 직후 기자와 통화한 한 블록체인 전문가는 "과기부에 이어 벤처생태계를 담당해야 할 중기부마저 블록체인 산업 육성과 관련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혀 내고 있지 못하다"면서 "세계적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오히려 중기부가 자신들의 향후 성과를 대체할 커다란 기회를 놓친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향후 우리나라의 수출을 이끌 신(新) 수출 상품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도 이번 중기부의 결정에 안타까움을 더하는 대목이다.

올해 1~8월 수출 규모는 약 4000억 달러에 달하면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한국 수출 구조는 산업화 시대의 유산인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을 주력으로 한 대기업 위주의 구조가 굳어져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 격차 심화 등의 구조적 문제도 여전하다. 실제로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총 수출액 중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5.4%로 2016년(62.2%·연간)에 비해 약 3%포인트 높아졌지만,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7.6%에서 올 상반기 34.3%로 떨어졌다.

특히 총수출 비중에서도 반도체·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품목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차후 한국 수출을 이끌어 갈 수출 품목을 찾아 육성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어느덧 저부가 노동집약 산업의 시대가 저물고 고부가 기술 집약 산업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각광받는 시대가 도래 했다. 

이에 많은 이들이 향후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 갈 대목 중 하나로 ‘블록체인’ 산업을 꼽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이윤을 창출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암호화폐거래소도 당연히 포함된다. 정부가 아무리 암호화폐 거래소를 유흥업소, 골프장 등과 같이 대우한다고 한들, 세계 각 국의 거래소들이 지금도 자국으로 외화를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은 ‘팩트’이지 허황이 아니다.

중기부는 이번 시행령의 개정 이유로 투기과열과 유사수신, 자금세탁, 해킹 등을 꼽았다. 하지만 해당 문제점들은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사항일 뿐이다. 이를 이유로 거래소 산업 전반에 대한 지원을 막는다면 이는 그저 일차원적인 아마추어 정책에 불과하다. 

중기부 홈페이지 내 소개란을 살펴보면 "혁신을 응원하는 창업국가 조성을 강력히 추진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이 버젓이 걸려있다.

이처럼 중기부가 목 놓아 부르짖는 혁신에는 어떠한 산업과 시장을 막론하고 그에 따른 고통과 희생을 수반하는 법이다. 누구보다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중기부가 살신성인의 자세 없이 새로운 혁신을 바라는 것은 철저한 '직무유기'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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