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국부유출 1조, ICO 금지는 정당한가?
연간 국부유출 1조, ICO 금지는 정당한가?
  • 전진용 기자
  • 승인 2018.10.08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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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크립토 밸리·가이드라인 절실…제주도 ‘주목’

# 지난 8월 29일 폭염 속 국회에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국회의원, 법률전문가, 핀테크전문가, 블록체인 전문가 및 기업인, 관련 분야 교수 등 업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주제는 ‘ICO 전면금지로 인한 국부유출 현실과 대안’. 결과부터 말하자면 결론은 내려지지 못했다. 이것이 현 정부정책과 암화화폐 산업간의 괴리이자 실질적인 문제점이 셈이다. [편집자주]

 

왜 한국과 중국은 ICO를 금지하나

지난해 7월 금융당국에서는 국내 ICO를 전면금지 했다. 관련법이 제정되기도 전, 법적인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의 이러한 조치는 행정지도에 불과는게 법률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의 행정지도를 무시하고 ICO를 감행할 블록체인 기업들은 없었다.

거래소 전면폐쇄까지 언급하며 강경 규제를 표방하는 정부에 맞서봐야 득이 될게 없다는 암호화폐 업계의 우려 때문이다. 정부의 이런 ICO 금지는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등 사기 위험 증가, 투기 수요 증가로 인한 시장과열과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 확대 등 부작용 때문이라 밝혔다. 이에 앞서 중국정부도 ICO를 금융사기 및 다단계 사기와 연관되는 불법 공모 행위로 규정하고 ICO의 전면 금지를 발표했다. 그럼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차하더라도 왜 한국만이 ICO를 전면 금지하는 것일까? 

블록체인 관련 학회에 속한 한 교수는 “정부는 시장논리와 장기적인 산업육성에 대한 큰 그림보다는 당장의 위험요소 제거에만 신경 쓰는거 같다”며 “과거 IT 붐이 일때도 투자로 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 반면 손실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 정부가 암호화폐에 참여하는 이들의 손실을 걱정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맞지 않다. 투자를 하는 개인 당사자에 맡기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논리다”라고 말했다.

이런 정부의 법적 근거 없는 ICO 전면금지는 산업 발전의 싹을 자르는 것이라는게 업계의 반응이다. ICO를 빙자한 유사수신 행위나 다단계 등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이견은 없다. 다만 정책적 대안 없는 규제는 산업발전을 막을 뿐 더러 막대한 규모의 국부를 해외로 유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간 1조원 규모 국부 유출

ICO의 전면금지는 한국의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의 국내 탈출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집계된 해외의 주요 ICO 현황을 살펴보면 케이맨 제도 4254건, 버진아일랜드 2227건, 싱가포르 1192건, 미국 1092건, 영국 507건, 스위스 456건, 에스토니아 323건 등이다. 물론 국내는 0건이다. 당연히 한국의 블록체인 암호화폐 기업들의 탈한국 러시로 이어지고 있다.

주요사례를 보면 보스코인(BOSCOIN), 아이콘(ICON), 에이치닥(Hdacs) 등은 2017년 스위스에 재단을 설립하고 ICO를 진행했다. 규모가 아이콘은 1천억원, 에이치닥은 3천억원에 달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보험플랫폼인 직토(Zikto)는 싱가포르에 재단을 설립하고 ICO를 진행했다.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는 일본에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를 설립했으며 네이버도 자회사 라인파이낸셜을 일본에 설립하고 일본정부에 암호화폐 거래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와 올해 국내 기업의 해외 ICO 사례는 약 1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ICO 규모 역시 한국 출신 블록체인 기업들이 미국(약 4조 9천억원)에 이어 약 3천억원 규모(16개 프로젝트)로 두 번째로 큰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한국 기업들의 평균모금액은 평균적으로 약 150억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분석된다. 이런 대규모 자금이 국내 ICO 금지로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세금이나 각종 인건비, 부대비용 등을 고려할 때 매년 약 1조원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셈이다. 스위스의 크립토밸리 쥬크는 14.6%, 싱가포르는 15%의 법인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스위스의 경우 현지인과 한국인의 채용 비중을 5:5로 하도록 규제화 했다. ICO가 증가하고 있는 국가들의 세금, 인건비, 임대비의 상승 또한 국부유출로 직결되고 있다.
 

기술·인력유출과 4차산업혁명 지연

ICO의 금지가 지속될 경우 국부유출과 더불어 이와 동반되는 기술력과 우수인력의 유출도 문제다. 이는 자연스럽게 4차산업혁명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산업혁명에서 뒤쳐진 여러 국가들이 그 후 후진국의 신세를 면치 못했듯이 블록체인 기술의 낙오는 새로운 문명시대의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산업기술 유출은 연평균 50조원에 달하고 있다. 80%이상이 중소기업들이다. 블록체인 스타업 기업들 역시 중소기업군에 속한다. ICO는 이런 중소기업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블록체인 관련 국내 기업들의 해외 법인 설립과 ICO를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을 공개해야 하는 사례들이 많다. 싱가포르에서 ICO를 할 경우 블록체인 기업의 핵심기술과 가치가 담긴 백서를 상가포르 정부에 제출해야만 가능하다. 이는 일종의 기술 유출인 셈이다. 백서는 블록체인 기업의 핵심 기술과 가치가 담긴 문서로 이를 외국에 공개하면 성장 동력 기술을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다.

블록체인 관련 협회 한 관계자는 “한국의 IT 분야의 경쟁력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이용하기는 커녕 정부의 규제로 인해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과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며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가들이 블록체인 기술과 ICO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발전시키려는 정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은 시사화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이라도 선제적 규제보다는 산업이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서 시장논리에 거스르지 않으면서 산업발전과 규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는 한국의 쥬크가 될 수 있나?

ICO 금지와 관련되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회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블록체인 관련 토론회와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많은 국회의원들도 관련 법안 신설이나 가이드라인 제정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측 입장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매일 토론이 진행되면서도 결과적으로 결과가 내려진 것은 없다.

지난 8월 29일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주최한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도 토론을 마치며 “근본적으로 막을 것이 아니라 규제를 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제했지만 “올해 안으로 ICO 금지와 관련된 정부차원의 결론이 내려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크립토특구 조성’이다. ICO 전면금지를 철회할 수 없다면 포시티비 규제가 강한 한국의 경우 특정 지역에서만 시범적으로 블록체인 친화적 정책과 ICO를 허용해 그 결과를 지켜보자는 의견이다. 예를 들어 스위스의 크립토 밸리인 ‘쥬크’가 그 롤모델이다.

스위스 쥬크는 지난해 글로벌 약 13억 달러 규모의 ICO가 진행됐으며 10대 ICO 중 4개의 프로젝트가 이루어질 정도로 성공적인 크립토 밸리의 모델이 되고 있다. 12만4000명이 거주하는 쥬크 주는 3만2000여개 기업이 들어서면서 일자리 10만9000개가 창출되는 놀라인 성과를 일궈냈다. 이런 쥬크를 한국에서도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바로 제주도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도의 크립토 밸리 조성에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과 인재들이 제주를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여 세계적 수준의 블록체인 허브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해외로 흘러나가던 자금과 인재, 기술을 제주도로 기수를 돌리겠다는 생각이다. 국제적 휴양지라는 제주의 장점과 블록체인을 잘 융합한다면 세계에서 보기드문 새로운 크립토 밸리를 조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 도지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먼저 국제수준의 암호화폐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국내외 블록체인 기업의 기업활동을 보장하려 한다”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전담기구를 신설할 생각이며 향후 2년, 3년간 지속적으로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추진해 스위스 쥬크나 에스토니아, 싱가포르처럼 블록체인 사업에 최적화된 제주를 만들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업계에서도 제주도의 이런 움직임에 반색하고 있다. 국내 여건상 전면적인 규제 철폐가 이루어질 수 없다면 우회하여 필요에 대한 타당성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크립토 밸리 조성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향후 블록체인과 ICO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180도 선회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블록체인 관련 사업과 ICO를 준비하고 있다는 한 업체 대표는 “제주도 크립토 밸리 조성이 확정되지 않았고, 된다 하여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정부의 정책기조에 답답함을 느낀다”며 “하지만 신속하게 제주도 크립토 밸리가 조성될 수 있다면 한국 블록체인 산업에게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도지사의 강한 의지, 업계와 학계의 지지, 정계의 필요성 인식 등은 제주도 크립토 밸리 조성 가능성을 매우 높게 만드는 긍정적인 요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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