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OF CURRENCY] 01.무엇이 화폐가 되는가?
[HISTORY OF CURRENCY] 01.무엇이 화폐가 되는가?
  • 넥스트머니 콘텐츠팀
  • 승인 2018.08.2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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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 넥스트머니 편집주간

처음 화폐로 사용된 상품들은 실생활에서도 유용한 효용을 갖고 있으면서
화폐로서 가져야 할 물리적·경제적 특성도 갖고 있어
한편으론 실용적 상품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화폐로서도 기능했던 것이다.

 

화폐의 역사를 말하기에 앞서 사실 화폐는 무엇인가에서부터 이야기를 출발해야 한다. 왜냐하면 화폐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화폐가 언제 생겨나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딱히 화폐라는 것이 존재하기 전에도 화폐의 효용을 가진 상품들은 오늘날 화폐만큼은아니더라도 교환 등 거래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어떤 상품이 화폐로서의 기능을 갖기 위해서는 경제학 원론에서 배우는 것처럼 우선 물리적으로는 위변조가 매우 어렵고 보관, 이동이 용이해야 하며, 훼손 없이 작게 나누고 합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경제적 특성으로는 보관이나 이동이 편리해야 한다는 특성과 중복될 수도 있지만 당연히 부피나 무게 대비 가치가높아야 하고, 보관에 비용이 적게 들어야(시간의 경과로 가치가 감소하지 않아야)하며, 쪼개거나 더하더라도 가치의 합계에는 변화가 없어야 한다.

 
오늘날 화폐로 쓰이는 것들은 전적으로 경제활동 참여자들 사이의 신뢰에 기초하여 가치의 교환이나 저장, 이전수단으로 쓰이고 있을 뿐, 그 자체를 직접 소비하여 효용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왜 그만한 가치를 갖는지를 물리적 특성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과거 화폐의 기능을 한 상품들은 직접 실생활에 사용할 수도 있었으므로 누구나 언제든 필요한 상품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기 용이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화폐로 사용된 상품들은 대개 실생활에서도 유용한 효용을 갖고 있으면서 화폐로서 가져야 할 물리적, 경제적 특성도 갖고 있어 한편으로는 실용적 상품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화폐로서도 기능했던 것이다.
 
몇 십년 전만해도 시골에서는 일꾼의 연봉을 쌀 몇 가마라는 식으로 정하고, 농지의 거래도 몇 평에 쌀 몇 말이라는 식으로 거래했다. 즉 당시 쌀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어서 거래의 수단으로 쉽게 받아들여졌고 쌀은 매일 매일의 식량인 동시에 화폐로서도 기능했던 것이다.
 
대체로 어느 경제에서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면서 오랜 보관이 가능하고 비교적 가치가 안정적인 것들이 자연스럽게 화폐의 기능을 갖게 되었지만, 문제는 거래 규모가 큰 경우에는 직접 이러한 상품화폐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했으므로 그 교환 증서를 사용하거나 보다 가치가 있는 금속화폐들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적어도 근세에 들어 정부나 중앙은행이 독점적으로 화폐를 발행하게 되기까지 화폐의 공급은 누구에게 독점된 것이 아니었고 어떤 특성을 가진 상품이 화폐처럼 사용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져 있었다.
 
또한 경쟁하는 시장에서 공급되었기 때문에 화폐는 공급에 소요되는 한계비용과 그 가치가 일치되는 수준까지 공급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곡물이나 소금 또는 포목과 같은 실용적 상품화폐이든, 금, 은과 같은 귀금속화폐이든 마찬가지였다.
 
예컨대 금화 가치가 오르면 금 생산을 늘리거나 갖고 있던 금으로 금화를 만들었을 것이고, 금화 가치가 떨어지면 금 생산이 줄거나 금화를 장신구로 바꾸었을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화폐를 일반 상품과는 전혀 다른 무엇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화폐를 가치의 교환, 이전, 저장 수단으로 누구에게나 쉽게 받아들여지는 특성을 가진 상품으로 정의한다면 모든 상품은 어느 정도는 화폐적 성격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을 통째로 거래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주식으로 만들어 쪼개기나 합치기를 하기 쉽게 만들면 화폐와 유사한 기능을 갖게 된다. 그리고 같은 부동산이라도 저당권을 유동화 채권으로 만들면 마치 화폐처럼 투자나 저축의 수단이 될 수 있고 언제든 쉽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다른 상품으로 바꿀 수 있는 유동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엄격하게 말한다면 현재도 화폐의 성격을 갖는 상품의 공급은 독점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근대에 들어 정부와 중앙은행 그리고 금융시스템에 의해 독점적으로 공급되는 화폐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기에 이른데는, 1694년 영국에서 잉글랜드은행이 설립되고 1844년 화폐발행의 독점권을 갖게 된 것을 중요한 계기로 삼는다.
 
미국의 경우에도 1863년까지는 어떤 은행이든 자유롭게 화폐를 발행했고 이후 정부가 허가한 은행만이 화폐를 발행하다가 사고가 잦아지자 그 해결책으로 1914년 민간은행들이 모여 정부 통제를 받는 연방준비제도(FRB)를 설립하면서 독점적인 공급체계를 갖게 된다. 즉, 현대적 화폐의 탄생은 다양한 상품들 간의 화폐가 되기 위한 경쟁의 결과이지만 정부나 왕권이 화폐를 공급했다고 해서 곧바로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지도 않았다.
 
은행이라는 금융시스템을 통해 화폐의 공급과 그를 이용한 거래와 가치의 보관 이전이 편리해진 뒤에야 현대 화폐는 독점적이고 보편적으로 통용되기에 이르게 되며 그것은 불과 이삼백년 전의 일이다. 어쩌면 긴 경제사의 눈으로 본다면 암호화폐의 등장과 함께 나타나게 될 화폐 시장의 새로운 경쟁은 중앙은행권에 의한 독점적 화폐의 통용보다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다음호 계속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정위에서는 소비자정책국 국장과 기업협력단 단장,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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