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의 암호화폐 실종사건
과기부의 암호화폐 실종사건
  • 이남석
  • 승인 2018.07.30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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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퍼블릭 블록체인 육성 우선 되어야
현 블록체인 기술의 확장성을 이끄는 시장의 동기부여가 바로 '암호화폐'

[넥스트머니 이남석기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을 두고 블록체인 업계가 실망스럽다는 일관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도 그럴 것이 과기부의 이번 정책을 살펴보면 '암호화폐'와 관련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곧 퍼블릭 블록체인의 활성화와 암호화폐공개(ICO)등과 같이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안들이 이번 정책에서 일절 배재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기부의 이번 정책을 두고 '암호화폐 실종사건'이라 불러도 무방한 이유다.

과기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책을 통해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정책에서 암호화폐 내용이 배제된 이유로 "과기부는 암호화폐가 필요 없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암호화폐 도입 여부는 금융위나 기재부의 소관"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과기부의 이번 전략이 뼈아픈 오류를 기반으로 탄생했다는 점이다.

우선 향후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에서 대한민국이 리더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육성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다.보통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차이를 두고 이전 인터넷과 인트라넷으로 비교하곤 하는데, 인터넷은 공공재로서 누구나 사용 가능하며 게이트키퍼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인트라넷은 사설 정보를 보내기 위해 참여 기업체나 컨소시엄이 이용하는 울타리는정원으로 비유된다. 퍼블릭 블록체인이 인터넷과 비슷하다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인트라넷과 같은 셈인데 현재 인터넷이 인트라넷에 비해 현저히 커다란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데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다.

이처럼 어떠한 산업과 시장을 막론하고 순수 '기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시장의 필요(needs) 덕분이다. 단순 기술 자체의 우수성만으로는 시장 내 폭발적인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블록체인 시장 또한 동일하다. 그리고 현 블록체인 기술의 확장성을 이끄는 시장의 동기부여가 바로 '암호화폐'이다. 실제로 블록체인 사업을 준비하거나 시작하는 대다수의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 사업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제한된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시장 내 규모의 확장면에서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한 국내 블록체인 기업 대표는 "정부가 퍼블릭 블록체인의 도입과 관련해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업체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결국 해외시장으로 우후죽순 빠져나가고 있다. 도대체 정부는 왜 이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가"라며 기자에게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기부의 정책을 보면 언뜻 이런 의문도 스친다. 과연 대한민국 기술을 최전선에서 선도하는 과기부가 퍼블릭 블록체인 육성의 필요성을 정말 몰랐을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동감하는 것처럼 그러한 가능성은 지극히 적어 보인다.

일각에서 과기부가 이번 정책을 통해 일명 '몸사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과기부 입장에서는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이 퍼블릭 블록체인에 부정적 태도를 보인 만큼 이에 반하는 정책을 펼치기 부담스러웠을 테다.

그럼에도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부르짖으면서 해당 블록체인 기술에는 암호화폐의 도입이 필요 없다고 단정 짓는 과기부의 고정관념은 꽤나 불편하다. 보편적으로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의 도입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사례를 살펴보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리플과 스텔라 등 많은 프라이빗 블록체인들이 암호화폐를 발행하면서 탄탄한 시장을 구축한 바 있다. 즉 프라이빗 블록체인 내에서도 암호화폐는 단순 채굴보상금을 넘어 그들이 창출하는 블록체인 경제 내 P2P 지불 수단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이 창출하는 시장의 참여 유인 수단과 효율적인 P2P  지불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암호화폐는 어떠한 블록체인 기술과도 분리되기 힘들다는 것이 국내외를 망론한 전문가들의 견해다.

끝으로 과기부의 정책이 나온 직후 통화한 한 전문가의 성토가 진한 기억으로 남는다.

"아마도 오는 2020년쯤이면 블록체인 글로벌 시장 내 살아남을 국가가 결정될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정작 중요한 본질은 보지 못하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분리가 되느냐마느냐는 등의 부질없는 논쟁만 이어가고 있어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 입니다."

어느덧 분산원장 기능을 바탕으로 한 1세대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을 구현한 2세대를 넘어 용도에 따른 다양한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3세대 블록체인이 등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곧 블록체인의 골든타임이 어느덧 턱밑까지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 정부가 코앞까지 닥친 블록체인 '골든타임'을 놓치는 비극만큼은 부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 내 후발주자의 포지션을 가진다면 앞으로 겪을 고통은 현재의 몇 배가 되어 돌아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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